바둑 복기하는 법, 초보도 실력자가 되는 비밀 습관

  바둑은 단순한 승부 그 이상입니다. 한 판의 바둑은 인생처럼 수많은 선택과 갈림길을 마주하게 하며, 그 속에서 우리는 사고력, 인내력, 집중력을 기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선택의 결과를 되짚어보는 과정이 바로 '복기(復棋)'입니다. 복기는 실력을 높이고 다음 승부를 준비하는 데 필수적인 훈련입니다.

 

하지만 복기를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어떤 방식으로 진행해야 효과적인지 막막한 분들도 많습니다. 이 글에서는 복기의 개념부터 단계별 방법, 실전 팁까지 상세하게 안내해드리겠습니다.

1. 복기란 무엇인가?

 복기는 바둑 대국이 끝난 후, 자신과 상대가 둔 수를 처음부터 다시 재현하며 수의 의미와 실수를 되짚는 과정입니다. 단순히 돌의 위치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수를 두었는지, 더 나은 수는 없었는지, 상대의 의도는 무엇이었는지를 검토하며 다음 판에 적용할 교훈을 찾는 훈련입니다. 

복기의 중요성

• 기력 향상: 잘못된 수를 반복하지 않게 됩니다.
• 패착 분석: 감정이 아닌 논리로 승패를 이해하게 됩니다.
• 판단력 강화: 수읽기와 형세 판단 능력이 향상됩니다.
• 수순 복습: 경기의 흐름을 정확히 되짚어보며 체화하게 됩니다.

2. 복기, 누가 어떻게 시작하는가?

기본 원칙

• 패자가 먼저 시작: 바둑의 예절입니다. 패한 사람이 먼저 자신의 실수를 돌아보고 대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 승자는 동의하거나 의견을 덧붙임: 먼저 지적하는 것이 실례가 될 수 있으므로, 승자는 패자의 설명을 들은 뒤 조심스럽게 의견을 교환합니다.

프로 바둑에서의 복기

 프로기사들은 복기를 통해 대국 내용을 철저히 복습하고, 착점의 의도를 다시 해석하며 전략의 타당성을 검토합니다. 복기 도중 언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그만큼 실전처럼 진지하게 임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3. 초보자와 아마추어를 위한 복기 방법 

3-1. 혼자서 복기하는 방법

바둑 초보나 중급자도 복기를 할 수 있습니다. 다음 순서를 따라가보세요:

• 기보 저장: 인터넷 대국이라면 기보 파일을 저장하세요. AI 바둑 플랫폼에서도 가능합니다.
• 판 위에 재현: 실제 바둑판 위에 한 수씩 돌을 놓으며 대국 상황을 복습합니다.
• 실착 구간 표시: 본인이 흔들렸던 순간, 형세 판단이 어려웠던 장면에 표시를 남깁니다.
• ‘왜?’를 질문하기: "왜 그 수를 뒀을까?", "다른 수를 뒀다면?"과 같은 문답식 검토를 반복합니다. 

3-2. AI를 활용한 복기

• 카타고(Katago), 타이젬 추천수, 조세키피디아(josekipedia) 등을 통해 수의 질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 AI 추천수가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자신의 수와 비교해 착점의 방향성을 점검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3-3. 급수에 따른 접근 방법

• 10급~5급: 기본 정석 위주로 복기하며 초반 흐름에 집중
• 4급~1급: 실착, 패착을 AI로 확인하고 해설과 비교
• 단급 이상: 끝내기 판단, 맥점 이해, 승부처 전술 등을 중심으로 복습 진행

4. 복기 중 주의해야 할 점

• 상대를 탓하지 말 것: 복기는 감정이 아닌 기술적 복습입니다.
• 겸손한 태도 유지: 특히 승자의 경우, 패자의 복기를 먼저 듣고 의견을 전하는 것이 기본 예의입니다.
• 기억에만 의존하지 말기: 실제 기보나 AI 분석을 병행하면 기억 왜곡을 줄일 수 있습니다.

5. 복기를 통해 실력을 키운 인물들

• 이세돌 9단: 알파고에게 3연패 후에도 수순을 다시 검토하며 결국 1승을 거둠
• 이창호 9단: 조훈현 9단의 진단을 바탕으로 스스로 착수를 분석하며 성장
• 조훈현 9단: 연구생과 함께 밤새워 수순을 되짚으며 복습에 몰입했던 일화로 유명 

6. 결론 – 복기는 최고의 스승입니다 

 복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의 실수를 직시하는 용기이자, 다음 판을 위한 준비입니다. 바둑 실력은 물론이고 사고력, 분석력, 자기 인식 능력까지 함께 성장시킬 수 있는 최고의 훈련이기도 합니다. 착점을 복습하고 수순을 검토하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그것이 진정한 고수로 가는 첫걸음입니다. 그리고 바둑이든, 인생이든 말입니다.

• “승패가 갈렸다고 바둑이 끝난 게 아니죠. 승패보다 더 중요한 복기가 남아 있어요.” – 이세돌 9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