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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주식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상법 개정만 되면 주가가 오른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입니다. 그 말을 들으면 마치 상법 개정이 증시 부양 마법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많은 사람들이 상법 개정이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고, 그것이 실제 기업 운영과 투자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또 왜 정부와 일부 전문가들이 반대하며 대안을 제시하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막연한 기대감만 품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상법 개정안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부작용이 우려되는지, 정부가 제시한 대안인 자본시장법 개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 대안이 가진 한계까지 최대한 쉽고 정확하게 설명해보려 합니다. 상법 개정이 주가를 올릴지, 기업을 짓누를지, 아니면 진짜 해법이 따로 있는지 함께 짚어보시죠.
1. 상법 개정안, 대체 뭐길래 이렇게 시끄러울까?
2025년 3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던 상법 개정안은 크게 두 가지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1.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 원래는 이사가 "회사를 위해" 법에 따라 성실하게 일해야 한다는 조항(상법 제382조의3)만 있었습니다.
- 이번 개정안은 여기에 '주주'를 추가해, 이사가 회사뿐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도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바꾼 것이 핵심입니다.
2. 전자 주주총회 의무화
- 앞으로 상장사는 반드시 온라인 주총을 병행해야 한다는 내용입니다. 팬데믹 이후 디지털 전환 흐름을 반영한 것이죠.
3. 소수주주권 강화
- 일정 지분 이상을 보유한 주주는 감사 선임, 해임 청구, 이사 해임 청구 등의 권한 행사가 쉬워지도록 요건이 완화되었습니다.
4.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 강화 예고
- 이사회 영향력에서 벗어난 감사위원 선출을 위해 감사위원 1명 이상을 이사회 외부에서 분리 선출하도록 강화하는 방안이 후속 법안으로 논의 중입니다.
5. 집중투표제 확대 논의
- 주주가 이사 선임 시 집중적으로 표를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집중투표제를 더 넓은 범위의 기업에 확대 적용하는 논의도 함께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법안은 명분상으로는 ‘주주 보호’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것이지만, 실제로는 다소 복잡하고 논란이 많은 부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2. 왜 반대가 많은 걸까? 겉보기보다 복잡한 진실
겉으로는 '선의'로 보이지만, 기업과 시장은 상법 개정이 경영에 족쇄를 채울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소송 남발 가능성
주주를 위한 충실의무가 명문화되면, 일부 행동주의 펀드나 경영권 공격을 노리는 세력이 이사들에게 소송을 거는 빌미가 될 수 있습니다.
- 예시: 어떤 의사결정이 "주주 전체를 위한 것인지"는 해석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이사들이 법적 리스크를 의식해 중요한 결정을 회피하거나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2. 의사결정 마비 가능성
특히 벤처나 스타트업처럼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한 기업들은, 과도한 법적 책임 부담이 전략적인 결정을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 "주주 눈치 보기 경영"이라는 말, 괜히 나온 게 아닙니다.
3. 비상장사까지 모두 해당
문제는 이 개정안이 상장사뿐 아니라 비상장사, 가족기업 등 모든 주식회사에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100만 곳이 넘는 기업들이 단숨에 영향을 받는다는 얘기죠.
- 가족이 주주인 동네 중소기업도 동일한 법적 부담을 질 수 있습니다.
4. 문구 해석이 모호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해 행동"이라는 표현이 너무 추상적이라 실제 법적 판단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 결국 판사 해석에 맡겨지는 일도 생길 수 있다는 뜻입니다.
3. 그래서 정부는 왜 자본시장법 개정을 대안으로 내놨을까?
정부는 상법 개정이 기업 전반에 부담이 된다고 보고, 보다 제한적이고 핀셋형 대안인 자본시장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합병·분할 시 공정성 강화
- 합병·분할 시 합병비율 산정 및 평가기준의 공정성에 대해 공시 의무 부과
- 외부 전문가의 평가보고서 첨부 요구도 포함
2. 모회사 주주에게 공모주 우선 배정
- 물적분할 후 자회사 상장 시, 모회사 일반 주주에게 공모주 물량의 최대 20%까지 우선배정 가능
- 다만 이는 강제 사항은 아니며 기업 재량임
3. 물적분할 후 상장 제한 삭제
- 기존의 "5년 제한 규정" 삭제
- 대신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 강화로 실효성 보완
4.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이해충돌 방지
-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주총 참여 제한 조항 추가 검토
5. 기업공시 강화
- 전환사채(CB), 유상증자, 자사주 거래 등도 공시 기준 명확화 및 절차 개선
6. 감독·제재 실효성 확대
- 허위공시 시 과징금 상향 및 행정처벌 강화
- 일부 공시자료는 사전 승인제 도입 검토
요컨대, 상장사 중심으로 소액주주 보호를 강화하되 기업 경영에는 최소한으로 개입하겠다는 방향성입니다.
4.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완벽한가요?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한 마디로 한정된 해결책일 뿐, 전체 문제를 다 다루지는 못합니다.
한계 1: 비상장사는 아예 대상 아님
- 자본시장법은 상장사에만 적용되므로 비상장 기업엔 소용이 없습니다.
- 예시: 가족기업, 스타트업은 보호도 규제도 받지 않습니다.
한계 2: 특정 상황에만 적용
- 합병·분할 등 특정 거래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CB 발행, 유상증자 등 다른 주주 피해 상황은 다 빠져 있습니다.
- 예시: 삼성에버랜드 CB, 한화 유상증자 같은 사례는 적용 안 됨
한계 3: 강제성 낮음
- 공시 의무나 배정 규정 등은 대부분 의무가 아닌 권고에 가까운 성격으로, 실질적 제재나 실효성에 의문이 남습니다.
- 정보 제공은 늘지만, 투자자 보호로 직결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5. 결론: 무엇이 진짜 주주를 위한 길일까?
정리하자면, 상법 개정안은 주주 권리를 확대하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법적 불확실성과 경영 위축이라는 치명적인 단점도 동반합니다.
반면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실적이고 제한적인 대응책이지만, 보호 범위가 좁고 강제력이 약하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습니다.
상법을 무턱대고 바꾸자고 외칠 게 아니라, 정교하게 설계하고, 단계별 적용 방안을 고민해야 합니다. 기업과 주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진짜로 "주주가치"도 오르고, 주가도 오를 수 있겠지요.
이제, 상법 개정이 주가를 올릴 수 있다는 말에 단순히 고개를 끄덕이기 전에, 어떤 법이 누구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차분하게 따져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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